정오의 햇살이 뜨겁게 내려앉은 날,
남원의 한 주막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허름한 나무 탁자들 사이로 술잔이 오가고,
여기저기서 섞인 이야기들이 웅성거리며 흘러나왔다.
그 한켠 구석 자리—
남루한 차림의 이몽룡과 방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방자:
(작게 속삭이며)
“도련님… 여기 분위기 딱이지요~.
이런 데서 다들 입이 가벼워진다니께요.”

몽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살폈다.
몽룡:
“말을 잘 듣거라.
작은 이야기 하나도 놓치지 말고.”
그때, 옆자리에서 술기운이 오른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어제도 관아에서 잔치였다며?”
“잔치? 맨날 잔치지 뭐. 세금 걷은 걸로 다 쓰는 거 아니냐?”
방자가 슬쩍 몸을 기울였다.
방자:
(작게)
“…시작됐습죠.”
몽룡은 말없이 술잔을 들고 있는 척하며 귀를 기울였다.
“그 변사또라는 인간… 진짜 대단하다니까.”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 그냥 욕심이 끝이 없는 거지.”
한 사내가 목소리를 낮췄다.
“말 잘못하면 잡혀간다더라…”
“이미 몇 명 갇혀 있다던데…”
몽룡의 눈빛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다른 사내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춘향이라는 아씨 알지?”
“알지… 그 예쁘다는…”
방자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방자:
(속으로)
“…아씨 얘기 나왔구만요…”
사내는 주변을 살피며 더 낮게 말했다.
“그 아씨… 아직도 안 굽힌다더라.”
“몇 년째라며?”
“그래… 수청 들라는데 끝까지 버틴다잖아…”
주막 안 공기가 잠시 조용해졌다.
“미친 거 아니냐…”
“미친 게 아니라… 독한 거지…”
한 사람이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솔직히… 대단하긴 하다.”
“그건 맞다…”
몽룡의 손이 술잔 위에서 멈췄다.
다른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그 변사또가 더 독해졌다더라.”
“왜?”
“이번 생일잔치 끝나면… 아예 크게 벌인다고 하던데…”
방자가 숨을 삼켰다.
방자
(작게)
“…도련님…”
몽룡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이번엔 진짜 끝을 보겠다고 했다더라…”
방자
:“그럼… 그 아씨도…”
말을 끝내지 못하고 서로 눈치를 봤다.
그 순간—
몽룡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방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룡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몽룡
"아직 부족하다,좀더 시장쪽으로 가보자꾸나"
남원의 시장 골목에서는 상인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세금이 또 올랐다더라…”
“장사해서 남는 게 없다…”
단순한 세금이 아니었다.
변사또는 명목을 바꿔가며 돈을 거두고 있었다.
- 길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통행세’
- 장사를 한다는 이유로 ‘상납금’
- 심지어 장날마다 따로 걷는 ‘시장세’까지
한 노인이 힘없이 말했다.
이제는 숨 쉬는 것도 돈 내야 할 판이야…”
또 다른 고을 사람은 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돈 못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오…?”
“…잡혀간다더라.”
관아의 옥은 단순한 형벌의 장소가 아니었다.
돈을 못 낸 사람들, 말을 거슬렀던 사람들,
혹은 그저 눈에 거슬린 사람들까지—
이유도 없이 갇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편, 관아 안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늘도 잔치 준비하라!”
“손님 맞이할 준비 철저히 하거라!”
백성들의 피와 같은 돈으로
연일 잔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또 다른 소문도 돌고 있었다.
“그 사또… 마음에 드는 여인 있으면 그냥 부른다더라…”
“거절하면… 가만 안 둔다지…”
그 말 끝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말하는 것조차 위험했기 때문이다.
몽룡은 그 모든 이야기를 하나씩 모아갔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몽룡:
“…이 정도였단 말인가…”
옆에 있던 방자가 이를 악물었다.
방자:
“도련님… 진짜 선 넘어블었는디요…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요…”
몽룡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은 하늘 아래,
이 고을은 너무도 썩어 있었다.
몽룡:
“…이제 끝내야 한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드러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관아 마당, 화려한 등불과 음악 속에
변사또의 생일 잔치가 절정에 달해 있었다.
술과 웃음이 넘쳐나는 그 한복판으로—
남루한 차림의 이몽룡과 방자가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방자:
(작게 속삭이며)
“도련님… 진짜 들어왔어라…
이거 쫓겨나는 거 아니것제라…”
몽룡: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거라.”
두 사람은 일부러 고개를 숙이고,
잔치 끝자락에 놓인 음식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한 아전이 그들을 발견했다.
아전:
“이놈들! 어디서 굴러온 거지들이냐!”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방자:
(능청스럽게)
“아이고 나리… 생신 잔치라해서
복 좀 얻으러 왔습죠…”
아전이 코웃음을 쳤다.
아전:
“복은 무슨 복이냐, 꼴을 보아하니 재수만 떨어지겠구나!”
그 소리에 주변에서 킥킥 웃음이 터졌다.
그때, 높은 자리에서 술잔을 들고 있던 변사또가
이쪽을 흘끗 바라봤다.

변사또:
“뭐냐, 저건.”
아전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전:
“그냥 떠돌이 거지 둘입니다, 나리.”
변사또는 몽룡과 방자를 한 번 훑어보더니
비웃듯 웃었다.
변사또:
“하하… 별 꼴 다 보는구나.
내 잔치에 거지까지 들어오고.”
방자는 순간 욱했지만 참고 고개를 숙였다.
방자:
“나리의 은덕이 넓어…
거지까지 품어주시는 줄 알았습죠…”
변사또가 피식 웃었다.
변사또:
“은덕?
내가 언제 거지까지 거두는 자비로운 사람으로 보였느냐?”
주변에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때—
조용히 서 있던 몽룡이 입을 열었다.
몽룡:
“…보이진 않사옵니다.”
순간, 웃음이 멎었다.
변사또:
“뭐라 했느냐?”
몽룡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몽룡:
“백성의 배를 곯리면서 잔치를 여는 모습에서…
자비로움은 찾아보기 어렵사옵니다.”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방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속삭였다.
방자:
“…도련님, 너무 세게 가시고 그라요…”
변사또의 표정이 굳었다.
변사또:
“이놈…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몽룡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더 이상 거지의 것이 아니었다.
몽룡:
“목숨을 아끼는 자라면…
이 자리에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숨이 멎은 듯 조용해졌다.
변사또:
“…건방진 놈이군.”
몽룡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몽룡:
“건방짐은…
권력을 사사로이 쓰는 자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니겠사옵니까.”
그 말은 조용했지만—
비수처럼 깊이 꽂혔다.
잔치의 소란이 잠시 가라앉은 틈,
술기운이 오른 변사또의 눈이
남루한 차림의 이몽룡에게 머물렀다.
겉모습은 거지였지만,
말투와 기품 어딘가에서 평범하지 않음을 느낀 듯했다.
변사또:
“흠… 너, 거지치고는 말이 점잖구나.”
주변 사람들이 킥킥 웃었다.
변사또:
“어디 집 선비였던 모양이지?”
몽룡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변사또는 술잔을 기울이며 피식 웃었다.
변사또:
“좋다. 그냥 쫓아내기엔 재미가 없군.”
그는 손짓하며 몽룡을 앞으로 불렀다.
변사또:
“이리 와 보거라.”
방자는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속삭였다.
방자:
“…도련님, 이거 위험한디요…”
몽룡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변사또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변사또:
“네가 선비 흉내를 좀 내는 것 같으니—”
잠시 말을 끊고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말했다.
변사또:
“여기서 시 한 수 읊어 보거라!”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쏠렸다.
변사또:
“마음에 들면… 밥 한 끼쯤은 하사해 주마.”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거지한테 시를 시키다니…”
“이거 볼거리 생겼네…”
변사또는 더 비아냥거리듯 덧붙였다.
변사또:
“어설프게 흉내만 내다가 망신당하지 말고—
정 못 하겠으면 지금이라도 기어 나가도 좋다.”
방자가 이를 악물며 속삭였다.
방자:
“…저 인간 진짜…”
하지만 몽룡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차분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몽룡:
“…밥 한 끼라 하셨습니까.”
변사또는 피식 웃었다.
변사또:
“그래. 거지에게는 과분한 상이지.”
몽룡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본 뒤,
다시 시선을 내렸다.
그 순간—
잔치의 소음이 잦아들고,
모든 시선이 이몽룡에게 모였다.
몽룡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몽룡:
“금잔에 넘치는 술은 백성의 눈물이요,
비단에 차려진 상은 굶주림의 그림자라.
웃음소리 높이 울려 하늘에 닿는다 하나,
땅 아래 원망은 이미 가득 찼도다.
오늘은 나리의 생일이라 하여 즐긴다 하나,
내일은 그 죄를 누가 대신하리오.”

시가 끝나자—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방자는 입을 벌린 채 몽룡을 쳐다봤다.
방자:
(작게)
“…이건 밥이 아닌 목숨 걸린 시인디라…”
주변 사람들도 숨을 죽인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변사또의 얼굴에서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
잔치의 흥은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웃음 대신,
차가운 긴장만이 남아 있었다.
몽룡의 시가 끝난 순간—
떠들썩하던 잔치는 마치 숨을 멈춘 듯 고요해졌다.
술잔을 들고 있던 아전들과 관리들의 손이
하나둘 멈췄다.
서로 눈치를 보던 아전들이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전1:
(작게)
“…야, 이거 잘못 걸렸다…”
아전2:
“쉿, 소리 낮춰…
나리 얼굴 못 봤냐…”
웃음기 하나 없는 눈빛—
아전3:
“저 거지 보통사람이 아냐… 무조건 피해야 된다…”
한 아전이 슬쩍 옆 사람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전1:
“야, 우리 괜히 여기 있다가 같이 뒤집어쓴다…
슬슬 빠지자…”
다른 아전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전2:
“맞다… 괜히 엮이면 골치 아파…
저 거지 놈 예사놈이 아니야 피하자 피해…”
그 말에 몇몇이 마른침을 삼켰다.
아전3:
“…근데 말이야…”
그가 아주 작게 속삭였다.
아전3:
“방금 그 시…
왠지 싸늘한 기분이 든다…어서 가세 어여가~”
잠시 정적.
아전1:
“…입 다물어라.
살고 싶으면 그런 소리 하지 마.”
그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하나둘씩 고개를 숙인 채
잔치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뒤돌아보며 속삭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전2:
“나리, 깜박했는데 오..오늘 장모님 생신이시라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전1:
“…사또..저는 집에 일이 있어서 미리 일어나 보겠습니다.”
잔치의 가장자리—
사람들이 서서히 빠져나가며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중에 몇몇이 빠진다고 그 자리가 비어 보이지는 않았다.
몽룡의 시가 끝나고 잠시 내려앉았던 정적—
그러나 그 침묵을 깨뜨린 것은
변사또의 낮고 비틀린 웃음이었다.
변사또:
“…허허…”
그는 술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변사또:
“이게 뭐냐…
거지가 시까지 읊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까지 논하는구나.”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억지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재미있는 구경이옵니다…”
변사또는 몽룡을 흘겨보며 비아냥거렸다.
변사또:
“근데 말이다—
시라는 건, 배부른 놈들이나 짓는 거다.”
그는 일부러 크게 말했다.
변사또:
“배도 못 채우는 놈이
세상 걱정은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구나.”
몇몇 아전들이 맞장구를 쳤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거지 주제에 별소리를 다 합니다!”
방자는 이를 악물었지만 고개를 숙인 채 참고 있었다.
변사또는 다시 술을 들이켜고는 손을 휘저었다.
변사또:
“됐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로 잔치 분위기만 망쳤구나.”
그는 크게 외쳤다.
변사또:
“악공들! 뭐 하느냐!
다시 연주하라!”
곧바로 음악이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기생들도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웃음과 소리는 어딘가 억지스러웠다.
변사또는 다시 몽룡을 보며 마지막으로 비웃듯 말했다.
변사또: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밥 한 끼는 주마.”
잠시 뜸을 들이다가, 더 크게 말했다.
변사또:
“개밥이라도 먹고 갈 테냐?”
주변에서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그 웃음은 더 이상 편안한 웃음이 아니었다.
몽룡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고,
그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잔치가 다시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중심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기울기 시작할 무렵—
잔치의 흥은 이미 식어 있었고,
마당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높은 자리에서 얼굴을 굳힌 채 앉아 있던
변사또이
거칠게 손을 내리쳤다.
변사또:
“이봐라!”
아전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변사또:
“춘향이를… 당장 대령시켜라.”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잠시 후—
철컥, 철컥—
쇠사슬 끌리는 소리와 함께
성춘향이 끌려 나왔다.
수척해진 얼굴,
그러나 여전히 꺾이지 않은 눈빛.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쏠렸다.
변사또:
“오랜만이구나, 춘향.”
춘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었다.
변사또:
“오늘 같은 날에도…
아직도 그 고집을 꺾지 않겠느냐?”
잠시 침묵.
그리고—
춘향:
“…변함없습니다.”
짧지만 단단한 대답이었다.
변사또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변사또:
“하… 여전하구나.”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변사또:
“좋다. 그럼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네 고집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마.”
주변 사람들이 술렁였다.
춘향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때—
잔치 한켠,
거지 차림으로 서 있던 이몽룡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
춘향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춘향:
(아주 작게)
“…도련님…”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지만—
몽룡은 분명히 들었다.
변사또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다시 소리쳤다.
변사또:
“마지막이다, 춘향!
지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면 살려주마!”
모든 시선이 춘향에게 쏠렸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춘향:
“…이미 정한 마음, 바뀌지 않습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몽룡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는 지켜볼 시간이 아니었다.

산 위로 올라오게 되는 몽룡과 방자는 ,
비장한 모습으로 당장이라도 변사또의 행각에 어서 빨리 잡아들이고 싶었다.
그 아래—
정렬한 군졸들 앞에 선 이는
이몽룡이었다.
거지 차림은 벗어던지고,
정제된 복장 위에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분명하게—
마패가 들려 있었다.
몽룡:
“모두 고개를 들어라.”
군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긴장된 눈빛들—
하지만 그 안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몽룡:
“나는 암행어사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군졸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군졸들:
“암행어사 나리이시옵니다!”
몽룡은 천천히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몽룡:
“이 고을의 실상을…
너희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었다.
몽룡:
“변사또—
그 자가 저지른 악행을.”
몇몇 군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몽룡:
“백성의 재물을 빼앗고,
억울한 이를 옥에 가두며—
법을 사사로이 휘둘렀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단단해졌다.
몽룡:
“그 죄를… 오늘 이산 이후에, 모두 드러낼 것이다.”
군졸들 사이에서 작은 술렁임이 일어났다.

군졸1:
“…나리… 정말… 가능하겠습니까…”
몽룡은 단호하게 답했다.
몽룡: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그는 마패를 높이 들어 보였다.
몽룡: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군졸들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군졸들:
“명 받들겠습니다!”
몽룡은 명령을 내렸다.
몽룡:
“관아를 포위하라.
출입하는 자, 하나도 놓치지 마라.”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몽룡:
“그리고—
내 신호가 떨어지면…”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
몽룡:
“모든 죄를 백일하에 드러낸다.”
방자가 옆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방자:
“…드디어 시작이구만요…”
몽룡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몽룡:
“…이 시간이 지나면,
이 고을도 달라질 것이다.”
그의 손에 들린 마패가
햇빛에 반짝였다.
그리고—
남원의 긴 어둠을 끝낼
결정적인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