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춘향전 4장 - 몽룡의 장원 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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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4장 - 몽룡의 장원 급제

by 이리오너라~ 2026.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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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몽룡은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한 잔치도, 차가운 옥사도 모른 채—그는 오직 한 가지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고 있었다.

조용한 서재 안, 창문 사이로 낮은 햇빛이 길게 스며들었다. 책상 위에는 여러 권의 경서와 붓, 먹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종이 위에는 이미 수없이 고쳐 쓴 글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몽룡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붓을 들고 있었다.
잠시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 그러나 그의 눈빛은 단순한 학문을 넘어선 깊이를 담고 있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먼저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는 낮게 중얼거리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써 내려갔다. 하지만 붓끝이 멈추는 순간마다, 그의 마음 한켠에서는 다른 생각이 스며들었다.

문득, 바람이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몽룡의 손이 잠시 멈췄다.

“…춘향…”

그는 아주 작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고요한 방 안에 그 한 마디가 잔잔히 울렸다가 사라졌다.

남원에서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 헤어지던 날의 눈빛, 그리고 서로에게 남긴 약속—
그 기억들은 공부에 지친 그의 마음을 다시 붙잡아 주는 힘이기도 했다.

몽룡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흐트러졌던 마음을 다잡듯, 붓을 다시 쥐었다.

 

“지금의 이 한 자가… 훗날의 길이 된다.”

 

그는 다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글 한 줄, 한 줄이 단순한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길이었고,
사랑을 지키기 위한 준비였으며,
다시 남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약속의 시작이었다.

해는 뉘엇뉘엇 기울고 있었지만,
몽룡의 붓은 멈추지 않았다.

조용한 방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직 종이 위를 스치는 붓소리뿐—

그 소리는 마치,
다가올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의 발걸음처럼
꾸준하고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과거시험을 향한 길에 들어선 지, 어느덧 꼬박 일 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

처음 붓을 들던 날의 설렘은 사라지고, 이제는 하루하루가 묵묵한 반복과 인내의 연속이 되어 있었다.

조용한 서재 안, 이몽룡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의 더위가 찾아왔을 때에도,
가을의 낙엽이 바람에 흩날릴 때에도,
그리고 겨울의 찬 기운이 방 안까지 스며들 때에도—
그의 자리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창밖의 계절은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책상 위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쌓여가는 책과 닳아가는 붓,
그리고 수없이 고쳐 쓴 종이들만이
시간이 흘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자…”

 

몽룡은 낮게 중얼거리며 또다시 글을 써 내려갔다.
손끝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눈에는 피로가 쌓였지만,
그의 자세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가끔은 밤이 깊어 등잔불만이 방 안을 밝힐 때,
그는 문득 붓을 멈추곤 했다.

“춘향…”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지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도 동시에 아려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원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그녀를 생각하면,
한 글자라도 더 써야 한다는 다짐이 더욱 굳어졌다.

 

“반드시… 급제해야 한다.”

 

조용한 연못가, 정자 옆을 거닐며 이몽룡은 책에 푹 빠져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도 눈은 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 옆에서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던 방자는 그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결국 말을 꺼냈다.

 

방자:
“도련님… 지금 걷는 건지 읽는 건지 하나만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여요?”

몽룡:
“음? 둘 다 하면 안 될 이유가 있느냐.”

방자:
“있지요! 아까부터 돌만 세 번 밟으셨습니다. 이러다 연못에 빠지십니다요.”

몽룡:
(책에서 눈도 안 떼고)
“공부하는 자는 그 정도 방해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방자:
“방해가 아니라 현실이제라우~, 도련님…”

 

몽룡은 여전히 태연하게 책장을 넘겼다.
방자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마당을 쓸다가, 또 슬쩍 말을 걸었다.

 

방자:
“근데 도련님, 그렇게 열심히 보시는 책이… 혹시 춘향 아씨 생각 잊으려고 그러신가요?”

몽룡:
(손이 살짝 멈추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거라.”

방자:
“아니, 쓸데없는 게 아니제라. 아까도 ‘춘향…’ 하고 혼잣말 하셨는디요?”

몽룡:
(살짝 민망한 듯 헛기침)
“그건… 글의 예시를 생각한 것이다.”

방자:
“예시가 왜 이름이라요?. 그것도 그렇게 애틋하게 부름시롱?”

 

몽룡은 잠시 말이 막혔다가, 괜히 책을 더 가까이 들었다.

 

몽룡:
“공부나 해라.”

방자:
“지가라? 저는 지금 마당 공부 중이여라.”

몽룡:
“마당 공부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방자:
“예, 이쪽은 낙엽이 많고요… 저쪽은 도련님 발자국이 많고요… 아주 학문적이지요.”

 

주변에 바람이 불어 낙엽이 다시 흩어지자, 방자는 허탈하게 웃었다.

 

방자:
“아이고…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어블고,
도련님 공부도 끝이 없어블고…”

몽룡:
“끝이 있어야 끝을 보지 않겠느냐.”

방자:
“그럼 지는 낙엽 급제라도 해야쓰것소.”

 

몽룡은 피식 웃음을 참으며 책장을 넘겼고,
방자는 투덜거리면서도 계속 마당을 쓸었다.

조용한 연못가에는
붓 대신 책을 든 선비와,
빗자루를 든 방자의 익살스러운 대화가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다.
길고도 고된 시간을 지나, 이몽룡이 그토록 준비해온 과거시험의 날이었다.

이른 새벽,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 전의 궁궐 앞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각지에서 모여든 선비들은 저마다 단정한 도포를 입고, 긴장된 얼굴로 시험장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기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긴장과 결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몽룡은 조용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한 아침빛이 궁궐의 기와 위로 번지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이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지난 일 년의 시간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글을 읽고, 수없이 붓을 들어 써 내려가던 나날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단 하나의 이유—

성춘향.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약속이 그의 가슴 깊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숙여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그 어떤 때보다도 분명한 길이었다.

궁궐 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시험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줄지어 놓인 책상과 붓, 그리고 이미 자리에 앉아 있는 수많은 선비들—
그 모든 풍경이 마치 긴 여정의 끝자락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듯했다.

몽룡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붓을 들고, 종이를 펼쳤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이내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흔들리지 말자.”

 

눈을 뜬 순간, 그의 시선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문제지가 내려오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사방은 고요해졌고, 오직 붓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몽룡은 첫 글자를 써 내려갔다.

그 한 자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난 시간의 결실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운명의 첫걸음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점점 높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붓을 놓지 않았다.

머릿속에 쌓아온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그의 손끝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궁궐 문 밖, 붉은 문루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들, 남편, 도련님을 들여보낸 이들이 저마다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방자도 있었다.

방자는 사람들 사이에 쭈그려 앉아, 두 손을 모았다 풀었다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평소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아이고… 도련님 지금쯤 뭐 하고 계실까나…”

 

그는 궁궐 문을 힐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안의 일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글은 잘 쓰고 계셔야 할 틴디~…
괜히 긴장해서 글씨 삐뚤빼뚤 쓰시는 건 아니겠제…”

 

스스로 말해놓고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우리 도련님이 누군신디…
그 정도로 긴장할 분은 아니제…”

 

하지만 곧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래도… 사람이란 게 또 시험만 보면 이상해진다니께…”

 

옆에서 누군가 기도를 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자도 덩달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우리 도련님 이번엔 꼭 붙게 해 주셔라~…
제가 앞으로 마당 더 열심히 쓸겠습니다요… 아니, 두 배로 쓸겠습니다요…”

 

잠시 눈을 꼭 감고 있던 그는 슬쩍 한쪽 눈을 떴다.

 

“…세 배까지도 가능합니다요…”

 

그러고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니지, 네 배… 아니 다섯 배!
마당이 아니라 동네까지 쓸어도 된다니께라~!”

 

주변에서 누군가 피식 웃었지만, 방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신 도련님만… 꼭 급제하게 해주시요…”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궁궐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고,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방자는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다시 중얼거렸다.

 

“도련님… 꼭 붙으셔야 합니다요…
그래야 남원도 가고… 춘향 아씨도 만나닌께요…”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 마음만큼은 점점 더 간절해지고 있었다.

떠들썩한 세상 속에서도,
궐 앞에 앉은 방자의 시간만은
유난히 길고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궁궐 앞, 합격자 명단이 붙은 자리에서
이몽룡방자는 서로 어깨를 걸치고 서 있었다.
주변 선비들은 박수를 치며 떠들썩하게 축하하고 있었다.

 

방자:
“도련님!!! 장원!!! 장원이당께요!!! 이거 진짜 맞지라?! 제가 잘못 읽은 거 아니제라?!”

몽룡:
(웃으며)
“그렇게까지 소리치지 않아도 된다. 글자가 도망가진 않는다.”

방자:
“아니 도망가면 어떡허요! 제가 어제 그렇게 빌었는디!!
마당 다섯 배 쓸것다고 약속까지 했는디요!!”

몽룡:
“그래서 아침에 마당이 유난히 반짝였던 게로구나.”

 

옆에 있던 선비들이 킥킥 웃기 시작했다.

 

방자:
“이제 저는… 장원급제 도련님 수행원이지라~!
이거 신분 상승 아닌갑쇼?!”

몽룡:
“수행원은 원래 네가 하던 일 아니냐.”

방자:
“아니지라! 이제는 ‘장원급제 수행원’입니다요! 느낌이 확 다릅제라!”

 

몽룡은 피식 웃으며 방자의 어깨를 툭 쳤다.

 

몽룡:
“그래, 그럼 앞으로 더 열심히 하거라.”

방자:
“걱정 붙들어 매쇼! 앞으로는 마당만이 아니라
궁궐 앞까지 쓸 준비 되어 있으니께 !”

 

뒤에서 다른 선비가 끼어들었다.

 

선비1:
“이보게, 저 친구 혼자서 궁궐을 다 쓸 기세구만.”

방자:
“아니면… 같이 허시겠습니까요?”

선비1:
“사양하겠네!”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

 

방자:
(다시 몽룡을 보며)
“도련님… 이제 진짜 가는 거지요?”

몽룡:
“어디를 말이냐.”

방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남원이지요… 성춘향 아씨 계신 곳 말이요.”

 

몽룡은 잠시 말없이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몽룡:
“그래…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지.”

방자:
“와따뿅… 그럼 저도 따라가는거제라....
근데 가서 저도 인기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몽룡:
“그건 네가 마당 말고 다른 것도 잘해야 가능하겠지.”

방자:
“아… 그럼 다시 마당부터 열심히 쓸겠습니다요.”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사람들 속을 걸어 나갔다.

장원이라는 이름보다 더 빛나는 순간—
그들의 웃음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궁궐 깊숙한 전각, 엄숙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붉은 기둥과 금빛 장식이 햇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장원급제를 한 이몽룡은 단정히 관복을 갖추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어전에 나아갔다.

높은 자리에는 나라의 임금이 고요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대신들이 조용히 서 있었고, 말 한마디에도 긴장감이 흐르는 자리였다.

몽룡은 깊이 엎드려 예를 올렸다.

 

몽룡:
“소신, 장원급제한 이몽룡이옵니다. 삼가 전하를 뵈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임금이 입을 열었다.

 

임금:
“고개를 들라.”

 

몽룡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임금은 그를 한참 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단순한 치하가 아닌,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깊이를 담고 있었다.

 

임금:
“그대가 이번 과거에서 장원으로 뽑힌 이몽룡이로구나.”

 

몽룡:
“과분한 영광이옵니다.”

 

임금:
“글을 보니 재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 또한 곧더구나.
백성을 향한 마음이 글 속에 드러나 있었느니라.”

 

몽룡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몽룡:
“소신, 아직 배울 것이 많은 몸이옵니다.”

 

임금은 잠시 시선을 거두며 낮게 말을 이었다.

 

임금:
“허나… 지금 이 나라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그 속은 썩어가고 있다.”

 

주변 대신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임금:
“지방의 수령들 가운데, 백성을 돌보기는커녕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세금을 함부로 거두고, 법을 제멋대로 휘두르며,
약한 자들을 억누르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몽룡의 눈빛이 조용히 굳어졌다.

 

임금:
“겉으로 드러난 보고만으로는 진실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직접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임금은 다시 몽룡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임금:
“이몽룡.”

몽룡:
“예, 전하.”

임금:
“그대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고자 한다.”

 

몽룡의 자세가 더욱 곧아졌다.

 

임금:
“암행어사의 신분으로 지방을 돌아다니며
부정부패를 밝히고, 억울한 백성을 구하라.”

 

그 말에 주변이 술렁였지만, 곧 다시 고요해졌다.

 

몽룡:
“소신… 감히 그 중책을 맡아도 되겠사옵니까.”

임금:
“그래서 그대를 부른 것이다.
글만 잘 쓰는 자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자이기에.”

 

임금은 옆에 있던 교지를 들어 올렸다.

 

임금:
“이 교지를 받들어라.
이는 그대가 내 명을 받아 움직인다는 증표다.”

 

몽룡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었다.

 

몽룡:
“전하의 뜻을 받들어, 백성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사옵니다.”

 

임금은 마지막으로 조용히 덧붙였다.

 

임금:
“겉으로는 평범한 관리로 보일 것이나,
필요한 순간에는 그 신분을 드러내라.
그때가 되면, 이 나라의 어둠이 드러날 것이다.”

 

몽룡은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는 단순한 출세가 아닌
더 큰 책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다시 남원이 있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길은,
이제 나라를 바로잡는 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길 위, 이몽룡은 조용히 손에 쥔 마패를 바라보고 있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말 문양과 글자가 햇빛을 받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옆에서 고개를 쭉 빼고 들여다보던 방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열었다.

 

방자:
“도련님… 그거… 진짜 뭐시당가요?”

몽룡:
“무엇이 말이냐.”

방자:
“아니 그… 가지고 계신거요! "
이거 들고 다니면 막 ‘암행어사 출두요!’ 하는 그거 아닌지요?!”

 

몽룡은 피식 웃으며 마패를 살짝 들어 보였다.

 

몽룡:
“그래, 필요할 때는 그리 될 수도 있지.”

방자:
(눈이 더 커지며)
“와… 그럼 저도 옆에서 같이 외쳐도 된가요?
‘출두요! 출두요! 옆에 수행원도 있습니다요!’ 이라고요?”

몽룡:
“그건… 굳이 외치지 않아도 될 듯하구나.”

 

방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마패를 힐끔 바라봤다.

 

방자:
“근디 도련님, 이거 들고 있으면 진짜 다 무서워한가요?”

 

몽룡:
“두려워해야 할 자들만 두려워할 것이다.”

 

방자:
“그럼 저는 괜찮겠지라.
저는 평생 마당만 쓸었으니께요.”

 

몽룡:
“그건… 다른 의미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자는 순간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방자:
“아… 그건 좀 찔리는디요…”

 

몽룡은 다시 마패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몽룡:
“이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전하의 뜻이 담긴 것이다.”

 

방자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다시 익살스럽게 웃었다.

 

방자:
“그래도… 이거 한 번만 흔들어보면 안되것어라?
막 번쩍 들면서 ‘암행어사 출두요!’ 해보고 싶은디요…”

 

몽룡:
“하지 말거라.”

 

방자:
“한 번만요?”

 

몽룡:
“안 된다.”

 

방자:
“…몰래 하면 안 들키겠죠?”

 

몽룡은 아무 말 없이 방자를 빤히 바라봤다.

 

방자:
“…알았당께요. 안 하겠습니다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방자는 다시 슬쩍 웃으며 말했다.

 

방자:
“근디 도련님… 이제 진짜 멋있어지셨습니다요.
마당 도련님에서… 나라 도련님 되셨응께요.”

 

몽룡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몽룡: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방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패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방자:
“그래도… 오늘부터 제가 옆에서 더 잘 모시겠습니다요.
혹시 모르니께요.”

 

몽룡:
“무엇을 말이냐.”

 

방자:
“혹시 나중에 진짜로 ‘출두요!’ 할 날이 올지도 모르제라~"

 

마패

 관리들의 신분을 넘어서는 권한 행사

마패를 제시하는 순간,
 지방의 수령(사또)보다 더 높은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 수령의 명령을 무시하고 직접 명령 가능
  • 잘못된 판결이나 명령을 즉시 중지시킬 수 있음

부정부패 조사 및 처벌

암행어사의 핵심 역할

  • 세금 착취, 뇌물등 부정행위 조사
  • 증거가 확인되면
    현장에서 바로 처벌까지 가능

※ 심한 경우는 체포하거나 파직(직위 해제)도 가능

 백성 보호

가장 중요하게 여길 부분

  • 억울하게 벌받는 백성 구제
  • 부당한 세금 중단
  • 피해 상황 직접 확인 후 해결

즉, “백성 편에 선 권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암행(신분 숨기기) 활동

평소에는 마패를 숨기고 다니면서

  • 일반 사람처럼 행동하며 정보 수집
  • 실제 상황을 직접 확인
  • 관리들의 ‘진짜 모습’ 파악

 필요할 때만
“암행어사 출두요!” 하며 마패 공개

 군사 및 인력 동원 권한

마패에는 말(馬) 문양이 있는데 이게 중요합니다.

  • 역참에서 말 제공 요구 가능
  • 병력이나 인력 지원 요청 가능
  • 급할 때는 이동 속도 확보

마패는 한마디로

왕의 권력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이동식 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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