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user-scalable=no, initial-scale=1.0, maximum-scale=1.0, minimum-scale=1.0, width=device-width"> 춘향전 3장 - 생일 잔치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춘향전 3장 - 생일 잔치

by 이리오너라~ 2026. 4. 10.
반응형

 

남원 고을에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늘은 새로 부임한 변사또의 생일을 맞아 관아 앞마당에서 큰 잔치가 열리는 날이었다.

관아로 향하는 길목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을의 아전들과 하인들은 새벽부터 나와 길을 정돈하고, 붉고 푸른 비단으로 장식된 깃발을 세워 잔치의 위엄을 더했다. 시장 상인들은 보기 좋게 음식을 차려 나르며 분주히 움직였고, 백성들은 저마다 좋은 옷을 차려입고 구경에 나섰다.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자, 관아 앞 넓은 마당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커다란 상 위에는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졌고, 향긋한 음식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악공들은 장구와 피리를 맞추며 흥겨운 가락을 준비했고, 기생들은 곱게 단장한 채 춤사위를 펼칠 채비를 마쳤다.

잠시 후, 화려한 관복을 입은 변사또가 높은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축하의 인사를 올렸다. 겉으로는 웃음과 축하가 넘치는 자리였지만, 그의 눈빛에는 권세를 즐기려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

이날의 잔치는 겉으로는 고을의 경사였으나, 실상은 권력자의 사치와 위세를 드러내는 자리였다. 백성들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스며 있었고, 그 화려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었다.

 

남원 관아 앞마당은 그야말로 소리로 가득 찬 하루였다. 잔치가 한창 무르익자, 사방에서 온갖 소리가 뒤섞이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둥—둥—둥!
장구와 북소리가 먼저 마당을 울렸다. 뒤이어 피리와 대금이 길게 소리를 뽑아내며 공기를 가르자, 흥겨운 가락이 사람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했다.

“이리로 오시오! 따끈한 전이오!”
“막걸리 한 사발 더 주시오!”
장터 상인들의 목청 높은 외침이 이어졌고,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짤랑— 짤랑—
기생들의 노리개가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고운 춤사위가 펼쳐졌다.
“이야, 춤이 참 곱구나!”
“오늘 같은 날은 근심도 잊겠네!”
사람들의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관아 앞 높은 자리에서는
변사또를 향한 아첨의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대감마님, 만수무강하옵소서!”
“이 고을이 이처럼 풍요로운 것은 모두 대감의 덕이옵니다!”

그 말에 변사또는 크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하하하! 모두들 마음껏 즐기거라!”

그 웃음소리는 마당 전체에 울려 퍼졌지만, 어딘가 거만하고 무거운 기운을 남겼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깔깔 웃고,
“나도 춤출래!”
하며 흉내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은 공짜라니 실컷 먹어야지!”
“이런 날이 또 오겠나!”
하며 속삭이는 백성들의 소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흥겨움 속에서도, 낮게 깔린 목소리들이 있었다.
“저 잔치가 다 우리 세금 아니겠소…”
“쉿, 괜히 말 조심하시오.”

웃음과 음악, 술잔 소리와 속삭임이 한데 뒤엉켜,
남원 고을의 잔치는 겉으로는 화려하게 빛났지만
그 속에는 각기 다른 마음들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남원 관아 앞마당에는 화려한 잔치의 절정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마당 한가운데,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기생들이 부채를 펼쳐 들고 원을 그리듯 춤을 추고 있었다. 분홍빛 치맛자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고, 부채가 열리고 닫힐 때마다 색색의 무늬가 물결처럼 번져 나갔다.

그 중심을 둘러싸듯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춤에 쏠려 있었다. 가장 높은 자리에는 변사또가 붉은 관복을 입은 채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의 양옆으로는 고을의 아전들과 손님들이 자리해, 고개를 끄덕이며 춤을 감상하고 있었다.

“좋다, 아주 좋아!”
누군가의 감탄이 터지자, 변사또는 크게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하하, 오늘 잔치는 실로 흥이 넘치는구나!”

앞쪽 상에는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 잘 익은 과일과 떡, 고기 요리가 빼곡히 놓여 있고, 술잔이 오가며 사람들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돌았다.
“한 잔 더 하시지요!”
“이런 날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뒤편에서는 악공들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장구가 둥둥 울리고, 피리가 길게 소리를 끌어올리면, 기생들의 춤사위는 더욱 부드럽고 화려해졌다. 부채가 허공을 가르며 원을 그리고, 몸짓 하나하나에 절제된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도, 이 잔치는 단순한 즐거움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모든 시선은 변사또를 향해 있었고,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한 웃음과 박수, 그리고 과장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남원 관아의 마당은 음악과 웃음, 춤과 술기운이 뒤섞이며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겉으로는 눈부시게 화려했지만, 그 중심에는 권력과 위세가 만들어낸 묘한 긴장감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이방:
“사또 나리… 잠시 아뢰올 말씀이 있사옵니다.”

변사또:
“흠? 이 흥겨운 판에 무슨 일이냐. 어서 말해 보거라.”

이방:
(주위를 한번 살피며 더 낮은 목소리로)
“이 고을 남원에… ‘춘향’이라 불리는 여인이 있사온데, 그 미모가 심히 빼어나기로 소문이 자자하옵니다.”

변사또:
“춘향이라…? 처음 듣는 이름이로다. 그리 대단한 미인인가?”

이방:
“예, 나리. 고을 사람들 중 그 여인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옵니다.
한 번 본 자는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한다 하옵니다.”

변사또:
(술잔을 들다 말고 흥미로운 듯 웃으며)
“허허… 그리 말하니 더욱 궁금해지는구나.”

이방:
“지금 이 잔치에… 그 여인을 불러들이신다면,
오늘의 흥이 더욱 배가될 것이옵니다.”

변사또:
(입가에 천천히 미소를 띠며)
“그래… 이 좋은 날에 미인을 빠뜨릴 수는 없지.”

이방:
“명을 내리시옵소서.”

변사또:
“당장 사람을 보내어 그 춘향이라는 여인을 불러오게 하라.”

이방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예, 나리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변사또:
“자네들, 아까 이방이 말하던 그 ‘춘향’이라는 계집… 들어본 적 있는가?”

한 아전이 잽싸게 몸을 앞으로 숙이며 답했다.

아전1:
“예, 나리! 그 이름은 이 고을에서 모르는 이가 없사옵니다.”

변사또:
“그리도 유명한가 보군.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리 소문이 자자한 것이냐?”

옆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사람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아전2:
“그 자태가 참으로 곱다고들 하옵니다. 얼굴은 꽃과 같고, 말씨는 고와서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옵니다.”

변사또: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뜨며)
“허허… 말만 들어도 보통이 아니로군.”

뒤편에서 술을 따르던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아전3:
“뿐만 아니라, 그 기품 또한 남다르다 하옵니다. 함부로 웃지도, 쉽게 곁을 내주지도 않는다 하여 더더욱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옵니다.”

변사또:
“오호라… 그러니까 단순한 미인이 아니라는 말이로군.”

잠시 술잔을 들고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변사또:
“그리 귀하고 도도하다면… 더욱 보고 싶어지는 법이지.”

주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전1:
“나리께서 부르시면, 어찌 감히 거절하겠사옵니까.”

변사또:
“그래, 이 고을의 사또가 보고자 하는데 오지 않을 이유가 있겠느냐.”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변사또:
“당장 사람을 보내어 그 춘향을 이 자리로 데려오라.
이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겠구나.”

높은 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변사또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춘향:
(고개를 깊이 숙이며)
“소녀, 감히 사또 나리의 부르심을 받아 이 자리에 들었사옵니다.
오늘 생신을 맞으셨다 하여, 삼가 축하의 인사를 올리옵니다.”

변사또:
(느긋하게 웃으며)
“그래, 네가 그 소문으로만 듣던 춘향이로구나.
말씨도 곱고 태도도 단정하니, 과연 이름값을 하는구나.”

춘향:
“과한 말씀이옵니다. 소녀는 그저 평범한 백성일 뿐이옵니다.
이처럼 성대한 잔치에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옵니다.”

변사또:
“허허, 겸손하기까지 하구나.
오늘 같은 날, 나를 기쁘게 해줄 수 있겠느냐?”

춘향:
(차분하게 눈을 내리깔며)
“나리의 생신이니, 이 고을의 백성으로서 마음을 다해 축하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옵니다.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정성을 다하겠사옵니다.”

변사또:
(눈빛을 가늘게 뜨며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이 참으로 조심스럽구나.
허나… 네가 어떤 아인지, 더 알고 싶어지는구나.”

춘향:
“소녀는 그저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인이옵니다.
다만 오늘 같은 경사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춘향:
(잠시 망설이다 차분히)
“소녀는 기생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고 있사옵니다.”

변사또:
“기생의 딸이라… 그럼 어미는 누구냐?”

춘향:
“월매라 하옵니다.”

변사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아, 월매의 딸이로군. 그렇다면 네 또한 그 길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겠지.”

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 춘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변사또:
“오늘 같은 날, 나의 잔치에 왔으니…
수청을 드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

그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무게를 담고 있었다.

춘향: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송구하오나, 소녀는 이미 정해진 인연이 있사옵니다.
감히 다른 뜻을 따를 수 없음을 헤아려 주시옵소서.”

주변에서 낮은 숨소리가 흘렀다.

변사또:
(표정이 굳어지며)
“인연이라…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춘향:
“나리의 위엄을 모르는 바 아니오나,
소녀의 도리는 이미 정해져 있사옵니다.”

변사또:
“춘향아~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이런 날에는 기분 좋게 수청 한 번 들어주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느냐?”

춘향:
“나리, 생신은 진심으로 축하드리오나… 그 부분은 어려울 듯하옵니다.”

 

변사또는 잠시 멈칫하더니, 술을 한 잔 더 들이켜고 다시 말을 꺼냈다.

 

변사또:
“허허, 아직 분위기를 덜 탄 게로구나. 자, 술 한 잔 더 하고 다시 생각해 보거라. 이번엔 진짜 괜찮지 않겠느냐?”

춘향:
“술은 사양하지 않겠사오나, 수청은 여전히 사양하겠사옵니다.”

 

주변에서 피식 웃음이 터지자, 변사또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변사또:
“흠흠… 내가 말이 조금 부족했던 모양이로군.
이건 부탁이 아니라… ‘특별한 기회’라 생각하면 어떻겠느냐?”

춘향:
“소녀에게는 이미 ‘특별한 인연’이 있사온지라, 다른 기회는 받기 어려울 듯하옵니다.”

 

변사또는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가, 이내 다시 웃음을 지었다.

 

변사또:
“아니, 이 아가씨가 말을 참 잘 피하는구나.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 정말로 안 되겠느냐?”

춘향: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정말로… 정말로 안 되겠사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주변에서 웃음을 참는 기색이 번졌다.
변사또는 괜히 술잔만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변사또:
“이거 참… 오늘 잔치가 내 생일잔치인지, 거절잔치인지 모르겠구나…”

 

변사또:
“이게 지금… 몇 번째냐.”

 

주변의 소리가 순간 뚝 끊겼다. 악공들도 눈치를 보며 연주를 멈추고, 기생들의 춤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변사또:
“내가 좋게 말할 때는 웃으면서 넘기더니…
이제는 대놓고 내 말을 거스르는 것이냐?”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춘향: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소녀가 감히 거스를 뜻은 없사오나… 지킬 도리가 있어 그러하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변사또의 눈빛이 확연히 변했다.

 

변사또:
“도리? 네가 지금 나한테 도리를 논하느냐?”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변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변사또:
“이 고을의 사또가 누구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냐.
내가 부르면 오는 것이 법이고, 내 말이 곧 명이다!”

 

그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며 춘향을 내려다보았다.

 

변사또:
“기생의 딸이면서도 이리 고집을 부리다니…
이건 겁이 없는 게냐, 아니면 분수를 모르는 게냐!”

 

춘향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춘향:
“소녀는 그저… 제 마음과 도리를 따를 뿐이옵니다.”

그 한 마디에, 변사또의 인내는 완전히 끊어졌다.

 

변사또:
“좋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네 고집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겠다.”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변사또:
“저 아이를 당장 끌어내어 옥에 가두어라!”

 

“몽룡 도련님…”


이몽룡의 얼굴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봄날, 함께 웃던 순간들, 서로를 바라보며 나눴던 약속들—그 모든 기억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반드시 돌아오겠노라 하셨지요…”

그녀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곧 눈가가 젖어들었다.

차가운 옥사 안에서, 춘향은 두 손을 모은 채 조용히 속삭였다.

“이 몸이 비록 이곳에 갇혔으나… 마음만은 변치 않겠사옵니다.”

바깥에서는 바람이 스치며 나뭇잎을 흔들었고, 그 소리는 마치 멀리서 들려오는 듯 아득하게 울렸다.

춘향은 무릎을 끌어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마음속에는 단 하나의 빛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사랑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지만,
그녀의 마음만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옥사라는 차가운 공간 속에서,
춘향의 기다림은 그렇게 더 깊어지고 있었다.

반응형